캐나다에서 집을 살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오퍼(Offer to Purchase)를 넣을 때입니다. 한국의 가계약과 달리 캐나다의 오퍼는 셀러가 서명하는 순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됩니다. 그래서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떤 조건(BC에서는 subject, 온타리오·알버타에서는 condition)을 걸고, 디파짓을 언제 얼마나 내며, 계약 후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있는지를 미리 아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첫 집이라면 파이낸싱·인스펙션 조건은 되도록 넣고, 디파짓은 조건 해제 전에 무리하게 키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BC에서는 계약 후 3영업일 안에 취소할 수 있는 법정 기간이 있지만 온타리오·알버타의 일반 재판매 주택에는 그런 기간이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이 글은 오퍼 작성부터 조건 해제, 디파짓 반환까지 실제 순서대로 안내합니다. (2026년 9월 기준이며, 세부 규정은 바뀔 수 있으니 계약 전 공식 사이트와 담당 리얼터·변호사에게 확인하세요.)
1. 오퍼에 들어가는 항목: 가격보다 먼저 볼 것
세 주 모두 부동산협회의 표준 계약서를 씁니다. BC는 BCREA의 Contract of Purchase and Sale, 온타리오는 OREA Agreement of Purchase and Sale, 알버타는 AREA Residential Purchase Contract입니다. 형식은 달라도 핵심 항목은 같습니다.
- 매매가와 디파짓 금액·납부 시점
- 조건(subjects/conditions)과 조건 해제 기한: 파이낸싱, 인스펙션, 콘도 서류 검토, 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 완료일(completion/closing)과 입주일(possession): 통상 30~90일 뒤
- 포함 물품(inclusions): 냉장고·세탁기·블라인드 등 남기고 갈 것
- 오퍼 유효 시한: 셀러가 언제까지 답해야 하는지
오퍼는 셀러가 그대로 서명(accept)하거나, 가격·날짜를 고쳐 되돌려 보내는 카운터오퍼(counter-offer)로 이어집니다. 카운터가 오가는 동안에는 아직 계약이 아니므로 어느 쪽이든 물러날 수 있습니다.
2. 조건부 오퍼 vs 무조건 오퍼: 무엇을 걸어야 하나
조건은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디파짓을 돌려받는다"는 안전장치입니다. 경쟁이 심한 매물에서는 조건 없는 오퍼가 유리하지만, 그만큼 위험을 전부 바이어가 떠안게 됩니다.
기본으로 검토할 조건
- 파이낸싱 조건: 사전승인이 있어도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대출액이 줄 수 있습니다. 조건이 없으면 모자란 금액을 현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사전승인 절차는 모기지 사전승인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 인스펙션 조건: 지붕·배관·기초 등 큰 하자를 확인할 기회입니다. 비용과 검사관 고르는 법은 홈 인스펙션 가이드에 정리돼 있습니다.
- 콘도 서류 검토 조건: BC는 Form B와 회의록·재무제표, 온타리오는 Status Certificate, 알버타는 관리비·적립금 서류를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 보험 가입 조건: 오래된 배관이나 오일탱크가 있는 집은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어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건 해제 기한은 BC에서는 보통 5~10영업일, 온타리오·알버타도 며칠에서 2주 안팎으로 협의합니다. 기한 안에 서면으로 조건을 해제(BC: subject removal, ON·AB: waiver/fulfillment notice)해야 계약이 확정되고, 해제하지 않으면 계약은 자동으로 무효가 됩니다.
3. 디파짓: 언제, 얼마를, 누가 보관하나
디파짓은 계약 이행을 담보하는 돈으로, 완료일에 다운페이먼트의 일부로 흡수됩니다. 주마다 관행과 보관 규정이 다릅니다.
| 항목 | BC | 온타리오 | 알버타 |
|---|---|---|---|
| 통상 금액 | 매매가의 약 5%(경쟁 시 10%까지) | 매매가의 약 5%(GTA는 5~10%) | 법정 최소액 없음, 협의로 결정(BC·ON보다 작은 금액도 흔함) |
| 납부 시점(관행) | 조건 해제 시 또는 해제 후 24시간 이내 | 오퍼 수락 후 24시간 이내(계약서 'upon acceptance') | 계약서에 명시한 기한(수락 직후가 일반적) |
| 보관 | 바이어 측 중개사무소 신탁계좌 | 주로 리스팅 중개사무소 신탁계좌(5영업일 내 입금) | 중개사무소 신탁계좌(수락 후 3영업일 내 입금) |
| 보호 장치 | 중개사무소 신탁 규정(BCFSA 감독) | RECO 소비자 디파짓 보험 | RECA 신탁 규정 |
어느 주든 디파짓은 개인 리얼터가 아니라 중개사무소(brokerage) 신탁계좌로 보내야 합니다. 리얼터 개인 계좌나 셀러에게 직접 송금하라는 요구가 있으면 사기를 의심하세요. 송금 방식은 보통 뱅크 드래프트나 와이어 트랜스퍼이며, 은행 한도 때문에 e-Transfer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계약 후 마음이 바뀌면: 주별 취소 규정
여기가 세 주의 차이가 가장 큰 부분입니다.
BC: 홈바이어 취소 기간(Home Buyer Rescission Period)
2023년 1월 3일부터 시행된 제도로, 바이어는 오퍼가 수락된 다음 날부터 3영업일(주말·공휴일 제외) 안에 이유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대신 매매가의 0.25%를 취소 수수료로 셀러에게 지급합니다(80만 달러 주택이면 2,000달러). 이 권리는 바이어·셀러 모두 포기할 수 없으며, 단독·타운하우스·콘도 등 대부분의 주거용 부동산에 적용됩니다. 다만 리스홀드 토지, 경매, 법원 명령 매각은 제외입니다.
온타리오: 재판매 주택에는 취소 기간 없음
일반 재판매 주택은 셀러가 서명하는 순간 구속력이 생기고 법정 쿨링오프 기간이 없습니다. 조건이 없는 오퍼라면 빠져나올 길이 사실상 없고, 디파짓을 잃는 것은 물론 셀러의 손해(더 낮은 가격에 재매각한 차액 등)까지 물어줄 수 있습니다.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TRESA 규정으로 셀러가 원하면 경쟁 오퍼의 가격·조건을 공개하는 오픈 오퍼가 가능해졌지만, 이는 셀러의 선택 사항이고 바이어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알버타: 역시 취소 기간 없음
알버타도 재판매 주택에는 법정 쿨링오프가 없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기한 내 서면 통지하면 디파짓은 돌려받지만, 조건을 모두 해제한 뒤 이행하지 않으면 디파짓은 셀러에게 넘어갑니다.
5. 조건 해제부터 완료일까지의 타임라인
- 오퍼 수락: 계약 성립. BC는 이 시점부터 3영업일 취소 기간 시작.
- 조건 검토 기간(약 1~2주): 감정·대출 확정, 인스펙션, 콘도 서류 검토. 문제가 있으면 가격 재협상이나 조건 미충족 통지.
- 조건 해제 + 디파짓 납부: 서면 해제 후 디파짓 입금. 이때부터 계약은 확정(firm)됩니다.
- 변호사/노터리 선임: 등기 이전, 세금 정산, 주택보험 개시일 확인.
- 완료일: 잔금 송금과 등기 이전. 이때 드는 클로징 비용은 클로징 비용 가이드에 항목별로 정리돼 있습니다.
6. 자주 하는 실수
- 사전승인만 믿고 파이낸싱 조건을 빼는 것: 사전승인은 확정 승인이 아닙니다. 감정가나 소득 재확인 결과에 따라 대출이 줄 수 있습니다.
- 조건 해제 기한을 놓치는 것: 기한이 지나면 계약이 자동 소멸해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기한 연장이 필요하면 만료 전에 서면으로 요청하세요.
- BC 취소 기간을 조건 대신 쓰려는 것: 3영업일은 인스펙션·대출 확정에 턱없이 짧고, 0.25% 수수료도 듭니다. 조건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조 장치로 보세요.
- 디파짓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것: 조건 해제 후 24시간 안에 수만 달러를 보내야 하는데 은행 한도에 걸려 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있습니다.
정리
오퍼의 가격은 협상의 결과지만, 조건과 디파짓은 바이어를 지키는 장치입니다. BC는 3영업일 취소 기간이 있고, 온타리오·알버타는 재판매 주택에 취소 기간이 없다는 차이를 기억하시고, 어느 주든 파이낸싱·인스펙션 조건은 신중히 판단하세요. 계약서 문구와 조건 해제 절차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서명 전 리얼터와 부동산 변호사 상담을 권장합니다. 최신 규정은 BCFSA, RECO, RECA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