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첫 집을 준비하다 보면 계약금(다운페이먼트) 마련이 가장 큰 벽으로 느껴지실 겁니다. 이미 RRSP에 은퇴자금을 넣어두셨다면, 그 돈을 세금 없이 꺼내 계약금으로 쓸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홈바이어스플랜(Home Buyers' Plan, HBP)입니다.
핵심만 먼저 말씀드리면, HBP는 RRSP에서 1인당 최대 6만 달러(2024년 4월 16일 이후 인출 기준)를 인출해 첫 집 구매나 신축에 쓰고, 이후 15년에 걸쳐 다시 RRSP에 채워 넣는 제도입니다. 인출 시점에는 소득으로 잡히지 않아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부부가 각각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12만 달러까지 합산해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무이자 대출"이라는 말과 달리 상환 스케줄을 놓치면 그 해 소득에 그대로 합산돼 세금이 붙습니다. 아래에서 자격 조건, 인출 절차, 상환 규칙, 그리고 BC·온타리오·알버타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을 정리했습니다.
HBP란 무엇인가요?
HBP는 CRA(캐나다국세청)가 운영하는 제도로, RRSP 계좌의 자금을 첫 주택 구매 목적으로 인출할 때 그 인출액을 과세소득에서 제외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으로 RRSP에서 돈을 꺼내면 인출액 전체가 그해 소득으로 잡혀 세금이 부과되지만, HBP를 이용하면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인출한 금액을 정해진 기간 안에 RRSP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상환 의무"가 생깁니다. 사실상 자기 은퇴자금에서 스스로에게 빌리는 무이자 대출인 셈입니다.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HBP를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 주택구매자 조건
인출 연도 이전 4년(1월 1일부터 인출일까지) 동안 본인과 배우자·사실혼 배우자 모두 주된 거주지로 소유·거주한 집이 없어야 "첫 주택구매자"로 인정됩니다. 배우자가 그 기간 중 집을 소유했다면 원칙적으로 자격이 없지만, 별거·이혼으로 법적 파경 상태이고(일반적으로 90일 이상 별거) 이 조건을 충족하면 첫 주택구매자가 아니어도 HBP를 다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관련 장애인이 장애세액공제(DTC) 대상자이고 더 접근성 높은 집으로 옮기는 경우에도 첫 주택구매자 조건이 면제됩니다.
기타 조건
캐나다 거주자여야 하고, 집을 사거나 짓는 서면 계약이 있어야 하며, 인출 후 1년 이내에 해당 주택을 주된 거주지로 삼을 계획이어야 합니다. RRSP 자금은 인출일 기준 최소 90일 이상 계좌에 있어야 공제가 인정됩니다.
얼마까지, 어떻게 인출하나요?
2024년 4월 16일 이후 인출분부터 1인당 한도가 6만 달러로 올랐습니다(그 이전은 3만5천 달러). 부부나 공동구매자가 각각 조건을 충족하면 두 사람 합쳐 최대 12만 달러까지 계약금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인출은 T1036 양식("RRSP에서 자금 인출 신청서")을 작성해 RRSP를 운용하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됩니다. FHSA(첫 주택저축계좌)를 함께 운용 중이라면 HBP와 FHSA는 같은 주택 구매에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계약금 마련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상환은 어떻게 하나요?
인출한 다음다음 해부터 15년에 걸쳐 매년 인출액의 1/15을 RRSP에 다시 납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6년에 인출했다면 2028년 납세연도부터 상환이 시작되고, 2042년까지 매년 갚아야 합니다. 그해 상환액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만큼 그해 소득으로 잡혀 세금이 부과됩니다. 여유가 있다면 특정 연도에 더 많이 갚아 상환 기간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예시로 보는 상환 스케줄
2026년에 6만 달러를 인출했다고 가정하면, 상환은 2028년 납세연도부터 시작해 2042년까지 이어집니다. 매년 갚아야 하는 최소 금액은 6만을 15로 나눈 4,000달러입니다.
| 시점 | 단계 | 연간 최소 상환액 |
|---|---|---|
| 2026년 | 인출 | 해당 없음 |
| 2027년 | 유예기간(상환 시작 전) | 상환 없음 |
| 2028년~2042년 | 상환 기간(15년) | 약 4,000달러/년 |
RRSP 관련 세금신고 후 받는 국세청 사정통지서(Notice of Assessment)에 매년 남은 잔액과 그해 최소 상환액이 표시되므로, 세금보고 시즌마다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상환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HBP를 써본 적이 있다면?
과거에 HBP를 이용한 적이 있더라도, 그 잔액을 전부 상환했고 현재 시점에 다시 첫 주택구매자 조건(직전 4년 규칙)을 충족한다면 HBP를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상환 중인 잔액이 남아 있다면 새로 인출할 수 없습니다.
BC·온타리오·알버타에서 함께 확인할 점
HBP 자체는 연방 제도라 세 주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계약금 외에 준비해야 할 초기 비용은 주마다 다릅니다. 특히 랜드 트랜스퍼 택스(Land Transfer Tax)는 온타리오·BC에는 있지만 알버타에는 없어 초기 자금 계획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 항목 | BC | 온타리오 | 알버타 |
|---|---|---|---|
| Land Transfer Tax | 있음 (프로퍼티 트랜스퍼 택스) | 있음 (토론토는 시 추가과세 포함) | 없음 (등기수수료만 소액) |
| 첫 주택구매자 감면 | 일정 가격 이하 감면 있음 | 최대 4,000달러 환급 | 해당 없음(세금 자체가 없음) |
| HBP 인출한도 | 6만 달러(공통) | 6만 달러(공통) | 6만 달러(공통) |
정확한 감면 금액과 세율은 주기적으로 바뀌므로, 계약 직전에는 반드시 해당 주 정부 사이트에서 최신 수치를 다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2026년 9월 기준 정보입니다).
정리
HBP는 세금 부담 없이 은퇴자금을 계약금으로 앞당겨 쓸 수 있는 유용한 제도지만, 15년 상환 스케줄을 관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첫 집 구매 전반의 절차는 캐나다 첫 집 구매 가이드를, HBP와 함께 쓸 수 있는 저축 계좌는 FHSA 첫 주택저축계좌 가이드를, 대출 한도를 미리 가늠하려면 모기지 사전승인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세부 상환 스케줄이나 별거·장애 관련 예외처럼 개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회계사나 CRA에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