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첫 정규직에 입사하면 오리엔테이션에서 영어 약자가 잔뜩 적힌 연금 안내서를 받게 됩니다. Group RRSP, DPSP, DC Pension, Vesting, Pension Adjustment. 무슨 말인지 몰라 기본값 그대로 두고 넘어가는 분이 많은데, 이 선택 하나로 매년 수천 달러가 갈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회사가 매칭(matching)을 제공하는데 본인이 납입하지 않고 있다면 그건 제안받은 연봉의 일부를 안 받는 것과 같습니다. 급여의 5%를 넣으면 회사도 5%를 넣어주는 구조라면, 넣는 순간 100% 수익이 확정되는 셈입니다.
아래에서는 캐나다 직장 연금의 네 가지 유형이 어떻게 다른지, 회사 돈이 진짜 내 돈이 되는 시점은 언제인지, 퇴사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2026년 한도는 얼마인지 정리했습니다.
1. 네 가지 유형부터 구분하기
캐나다 직장 연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회사마다 하나만 쓰기도 하고, 두 개를 묶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 유형 | 누가 납입 | 인출 제한 | 특징 |
|---|---|---|---|
| DB 연금 (확정급여) | 회사 + 직원 | 연금 목적 잠금 | 은퇴 후 받을 금액이 공식으로 정해짐. 공공부문·노조 사업장에 많음 |
| DC 연금 / 그룹 RPP (확정기여) | 회사 + 직원 | 연금 목적 잠금 | 납입액은 정해져 있고 결과는 투자 성과에 따름 |
| 그룹 RRSP | 직원 (+ 회사 매칭) | 없음 (언제든 인출 가능) | 급여공제로 즉시 세금 감면 효과. 회사 납입분도 바로 내 것 |
| DPSP | 회사만 | vesting 기간 있음 | 본인은 납입 불가. 회사 이익 배분 성격 |
가장 흔한 조합은 그룹 RRSP + DPSP입니다. 직원 본인 납입분은 그룹 RRSP로 들어가 즉시 소득공제를 받고, 회사 매칭분은 DPSP로 들어가 근속 조건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조기 퇴사자에게 매칭을 돌려받을 수 있어 선호합니다.
2. 2026년 한도 — 얼마까지 넣을 수 있나
CRA가 매년 발표하는 한도입니다. 2026년 기준 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2026년 | 2025년 |
|---|---|---|
| RRSP 납입 한도 | $33,810 | $32,490 |
| MP(확정기여) 한도 | $35,390 | $33,810 |
| DPSP 한도 (MP의 1/2) | $17,695 | $16,905 |
| DB 한도 | $3,932.22 | $3,756.67 |
| YMPE (CPP 상한) | $74,600 | $71,300 |
| YAMPE (CPP 2단계 상한) | $85,000 | $81,200 |
개인 RRSP 한도는 "전년도 근로소득의 18%"와 위 금액 중 적은 쪽입니다. 회사 DPSP 납입액은 별개로 "급여의 18% 또는 $17,695 중 적은 금액"이 상한입니다. 정확한 본인 한도는 매년 받는 통지서(Notice of Assessment)나 CRA My Account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3. 회사 돈이 진짜 내 돈이 되는 시점 — Vesting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 그룹 RRSP: 회사가 넣어준 매칭분도 입금 즉시 내 돈입니다. 별도 vesting 기간이 없습니다.
- DPSP: CRA는 최대 2년까지 vesting 기간을 허용합니다. 그 전에 퇴사하면 확정되지 않은 회사 납입분은 회사로 돌아갑니다.
- DC/DB 연금: 주 연금법에 따라 확정 시점이 정해집니다.
즉 입사 1년차에 이직을 고민 중이라면, 매칭이 그룹 RRSP로 들어가는지 DPSP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손에 남는 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입사 서류에서 "vesting schedule" 항목을 꼭 찾아 확인하세요.
4. RRSP 방이 줄어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회사 연금에 가입하면 개인 RRSP에 넣을 수 있는 여유(contribution room)가 줄어듭니다. 다만 줄어드는 시점이 다릅니다.
- 그룹 RRSP: 회사 매칭분까지 포함해 그 해 RRSP 한도에서 즉시 차감됩니다.
- DPSP·DC·DB: 연금조정액(Pension Adjustment, T4 박스 52)으로 잡혀 다음 해 RRSP 한도를 줄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그룹 RRSP 매칭을 받으면서 개인 RRSP에도 한도껏 넣으면 초과 납입이 발생합니다. 초과분에는 월 1%의 과태세가 붙으니, 연말에 한 번은 한도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RRSP와 TFSA 중 무엇을 먼저 채울지는 TFSA vs RRSP 비교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5. 가입 전 확인할 여섯 가지
- 매칭 비율과 상한: "급여의 몇 %까지 몇 % 매칭"인지. 상한까지는 무조건 채우는 것이 유리합니다.
- 매칭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그룹 RRSP인지 DPSP인지에 따라 vesting이 갈립니다.
- Vesting 기간: 이직 계획이 있다면 특히 중요합니다.
- 투자 옵션과 수수료: 그룹 플랜은 단체 계약이라 개인 상품보다 관리보수(MER)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값이 초저위험 상품으로 설정돼 있는 경우가 흔하니 본인 나이와 목표에 맞게 바꾸세요.
- 잠금 여부: DC·DB 연금 자산은 퇴사해도 현금화가 제한되며 보통 LIRA(잠금형 계좌)로 옮깁니다. 잠금 해제 요건은 주 연금법에 따라 달라 BC·온타리오·알버타가 각각 다르므로, 해당 주 연금감독기관 안내를 확인하세요.
- 퇴사 시 처리: 그룹 RRSP는 개인 RRSP로 전환되며 세금 문제가 없습니다.
6. 한인 근로자가 특히 놓치기 쉬운 부분
한국에서 회사 퇴직연금은 자동 가입인 경우가 많지만, 캐나다 그룹 RRSP는 본인이 신청해야 시작되는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입사 30일 또는 90일 이내 등록 기한을 두는 회사도 있어, 그 기간을 놓치면 다음 개방 시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또한 한국 국민연금 납부 이력이 있다면 한국·캐나다 사회보장협정에 따라 양국 가입기간을 합산할 수 있습니다. 회사 연금과는 별개 제도이니 한-캐 사회보장협정 가이드를 함께 확인해 보세요.
정리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회사 매칭 상한까지는 무조건 채웁니다. 둘째, 매칭이 DPSP로 가는지 확인하고 vesting 기간을 파악합니다. 셋째, 기본 투자 옵션을 본인에게 맞게 바꿉니다. 넷째, 연말에 RRSP 한도 초과 여부를 확인합니다.
급여명세서에서 연금 항목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는 캐나다 급여명세서 공제 항목에, 회사가 제공하는 다른 복리후생은 캐나다 직장 복리후생 가이드에 정리해두었습니다.
연금과 세금은 개인 소득 수준과 가족 상황에 따라 최적 전략이 달라지므로, 금액이 큰 결정 전에는 재무설계사나 회계사 상담을 권장합니다.